ICU 탐방기

중환자실을 응원합니다 – 제주한라병원 중환자실

  • 작성자

    KSCCM
  • Issue 38

    2023-03
  • 소속

    KSCCM

제주한라병원은 제주도 중에서도 제주시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특히 관광지인 제주도의 특성상 외상환자가 많아 응급 시술과 수술에도 주력하고 있다. 2022년 12월부터는 전국에서 8번째로 닥터헬기 운영을 시작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홍보위원회는 최근 제주한라병원 중환자실을 방문해 제주도 의료체계와 중환자실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홍보위원회 정승호 간사(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가 동행했다. 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주요 설명을 진행했다.

  

사진1. 제주 한라병원 외상중환자실 단체 사진. 정승호 홍보간사, 조현민 과장(가운데).

Q.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다른 환자군의 특징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섬이다 보니 육지와 다른 측면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A. 아무래도 제주도는 관광객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주도 인구는 70만명이 막 넘었는데 관광객이 일년 평균 1500만명이 들르는 곳입니다. 외상 환자가 많은데 5명 중 1명은 관광객입니다. 하지만 제주도 내에서 환자들이 완전히 회복하는 시점까지 수용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화상 환자가 발생하면 도내에서 급성기 치료는 할 수 있는데 급성기 치료가 끝난 다음 환자를 헬기에 태워서 화상전문병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만큼 제주도 특성상 할 수 있는 치료가 제한돼 있습니다.

제주도에 관광객들이 와서 각종 사고에 노출되면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 제주도가 국제안전도시지만, 교통사고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렌터카 운전이 미숙하기 마련이고 길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관광지다 보니 음주운전도 많고 사고가 날 때 전복사고나 대형사고가 많이 납니다.

역시 관광지 특성상 야외 활동을 많이 하기 마련인데, 바람이 많이 불면서 변수가 많은 것도 사고의 주요 원인입니다. 세계 패러글라이딩대회가 열렸을 때 입상했을 만큼 세계적인 선수가 전선에 걸려 전기손상을 입고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택배가 잘 안되거나 물품이 끊기면 응급의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관상동맥에 넣는 스텐트 같은 물품을 미리 구비하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지 못하면 응급 진료를 하지 못합니다. 결핍된 환경으로 인해 지역완결형 의료를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도는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합니다.

 

Q.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주 한라병원 중환자실의 특징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A. 심혈관, 흉부외과 중환자실 구역이 나눠져있지만 아직 분화가 덜 된 상태입니다. 응급중환자실과 외상중환자실이 특화돼있어 주로 외상중환자실에 대해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중증 외상환자는 다른 곳으로 빨리 옮길 수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외상센터에서 수용하고자 하고있습니다. 옮기는 동안에 환자 상태가 나빠질 수 있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병원이 마땅히 없는 실정입니다.

최근 응급진료에 대한 이슈가 생기면서 제주한라병원에서 수지접합을 직접하자고 결론이 났고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2명이 365일 24시간 교대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화상전문병원이 없어서 급성기에 가스를 마신 환자들이 연기 흡입으로 기도가 붓고 기도가 막혀 숨을 못 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흉부외과에서 독자적으로 치료적 기관지내시경도 하기로 했습니다.

 

Q. 제주 한라병원은 올해 초부터 닥터헬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닥터헬기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습니까.

A. 제주도 면적이 가로 73km, 세로 31km입니다. 제주도에 유인도가 8곳이 있는데 섬에서 환자가 배로 이송될 때는 아무리 빨라도 6시간이 걸리고 이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기 마련입니다. 전문의료진이 탑승하여 현장으로 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겨도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닥터헬기의 도입 취지입니다. 닥터헬기를 도입한 이후 제주도 전역에서 골든타임 내에 이송이 안 된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우선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각종 사고가 났을 때 급성기 치료를 잘하려면 빠른이송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생존과 안정에 필요한 급성기 치료를 잘하고 나서 환자의 연고지로 보내주는 지역외상진료와 환자이송체계가 중요합니다.

제주도의 특성상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제주시와 서귀포로 나눠져 있는데, 지역간 이동도 필요합니다. 제주시 인구가 약50만명이고 서귀포시 인구는 약 20만명입니다. 제주시에는 제주도 유일의 권역응급의료센터(제주한라병원)와 3개의 지역응급의료센터(제주대학교병원, 한마음병원, 에스중앙병원), 1개의 지역응급의료기관(한국병원)이 있고 서귀포에는 1개의 지역응급의료기관(서귀포병원)이 있습니다. 서귀포시에는 오로지 서귀포의료원이 20만 인구를 담당합니다. 그러다보니 서귀포 지역에서의 중증환자 병원간 이송에도 닥터헬기가 필요합니다.

닥터헬기는 하루에 1~3차례 정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사진2. 제주 한라병원 닥터헬기

Q. 관광지가 대부분인 서귀포시에 의료인프라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제주도 크기가 서울의 3배 정도 되다 보니 서귀포시와 제주시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서귀포시의 인프라는 부족하고 의료취약지입니다. 노인 인구가 23%에 해당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서귀포시가 관광수익을 많이 내고 있어 재원도 확보되고 시설과 장비는 있지만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각한 것은 서귀포시에서 발생하는 응급 질환도 보기가 힘듭니다.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의 중증응급환자에서 응급진료가 되지 않으니 환자가 오는 동안에 골든타임을 다 놓칠 수 있어 서귀포시에도 환자생존에 직결된 응급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귀포시는 물론 제주도 전체에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이로 인해 지방소멸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Q. 제주도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요.

A. 제주도는 의료체계가 붕괴된지 오래됐다고 봅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부족합니다. 충분히 환자를 수용할 만큼이 의료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간호사 채용입니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과 같은 중요한 시설에 전문적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병원 전체에 외과의사가 하나도 없고 췌장, 대장암 수술 의사는 전부 다른 병원으로 나갔습니다. 외상센터에 있는 외과의사들이 차출됐지만 야간과 응급수술을 위해 맹장염, 복막염, 충수돌기염 등 급성 복부질환에 대한 수술 정도만 가능합니다. 병원에 근무하던 외과 의사들이 다 나가버리는 바람에 외과는 물론 외상센터 모두 당직 부담이 심각합니다. 외과가 무너지면서 외상센터 외과에서 지원을 나가다 보니 공백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한 사람이 10일씩 당직을 서는데 당직을 서지 않으면 환자를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당직을 무조건 지켜야 하고 사람이 빠져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채워야 합니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이미 제주도의 의료는 붕괴됐다고 보고 앞으로도 우려됩니다. 더 큰 문제는 대형병원들이 너무 투자를 많이 하는데 있습니다. 수도권부터 의사가 채워지기 때문에 외과의사가 부족해도 지역으로는 지원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하면서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인력이 없다보니 분만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외상센터는 다른 과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다른 과가 무너지니 표준치료를 담보하기 힘든상황입니다. 관광지여도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보장받아야 합니다. 의료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Q. 제주도의 열악한 의료체계 속에서도 중환자실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아울러 중환자실에서 보다 필요한 역할은 무엇입니까.

A. 외상중환자실은 외상센터에서도 심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들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은 응급실이지만, 결국 수술실 아니면 중환자실로 가게 됩니다.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응급시술 혹은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빨리 받아서 안정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외상센터의 장비는 국가 지원을 받아서 최신 장비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급성기 치료를 골든타임내에 잘하면 환자가 빨리 회복하는데 매우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CRRT, 에크모 등의 장비가 중요하고 힘들고 어렵지만 환자들의 상태가 빨리 좋아지는 것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제일 많은 외상환자가 50대이고, 다음으로 60대, 40대, 70대 순으로 많습니다. 갈수록 환자들의 축이 고령환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노인 환자들은 회복력이 약하기 때문에 치료가 힘들고 회복이 더딜 수 있습니다. 70대부터 각종 질병이 많아지다 보니 대부분 고혈압치료제, 당뇨병치료제,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치료를 받고 수술이 잘 되더라도 출혈이 심하거나 장기에 기능이상이 생겨서 사망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노인 외상에 대해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진3. 외상중환자실 1인실 장면

 

Q. 중환자실, 외상과 같은 필수의료에 대해 정부 또는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바라는 말씀이 있다면.

A. 외상은 세부전문의만 있고 전공의가 없다 보니 10년 전에 시작할 때는 담당하는 전문의들이 30,40대 초가 많았는데 그 뒤로 추가적으로 젊은 의사들이 안들어오다 보니 40,50대가 주류가 됐습니다. 외상센터는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지만 문제는 병원에서 그 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많은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여 외상센터를 만들어놓고도 운영할 사람이 없어서 무너집니다. 목포한국병원이나 을지대병원은 외상전담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지속적 운영이 위험해 보입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전문인력이 필요합니다. 중환자실은 병원의 핵심적인 곳이고 더욱 전문화되고 특화돼야 합니다. 하지만 의료인력이 없어 의료체계가 붕괴되면 병원 자체가 문을 닫을 수 있어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학회와 정부 차원에서 지방 병원의 의료인력 지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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