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제가 잠수를 시작한 지, 벌써 25년이 되었습니다. 그 후 미국의 NAUI 잠수 강사 자격증을 따고, 적지 않은 제자들을 양성하였습니다. 또한 잠수의학(Scuba medicine)을 부전공으로 공부하여, 현재까지 해군의 해난구조대(SSU) 자문 교수 겸 의사로 있으며, 의과대학에 잠수의학 과목을 개설하여, 10년 정도 강의를 했었습니다. 최근에는 바닷속 환경과 바닷속 생물에 대한 시와 수필을 썼으며, 사진작가와 협업하여, 책(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스타북스)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잠수를 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깊은 바다가 무섭지 않느냐고, 어떻게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느냐고, 상어가 물지 않느냐고 등등. 그래서 잠깐 잠수하는 방법 또는 절차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잠수를 하려면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되겠지요. 당연히 두려움이 생기죠. 이를 극복하려면 그냥 용기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잠수와 바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이론 공부를 해야 하며, 수영장과 얕은 바다에서 많은 실습을 해야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다와 바다 생물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잠수 사고의 많은 부분은 자신의 능력을 무시한 오만과 해양 생물을 포획하고자 하는 탐욕 때문에 일어나거든요.

잠수를 하려면 잠수복을 입어야 합니다. 잠수복은 일정량의 부력(물에 뜨고자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납덩어리를 몸에 차고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입수를 하게 됩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압력이 높아지는데요. 이 수압과 우리 몸속의 빈 공간(중이, 부비동 등)의 압력이 같아지도록 하는 압력 평형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하강할 수가 없고, 억지로 계속하다 보면 고막이나 폐포 등이 파열되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순조롭게 하강하여 일정한 깊이에 도달하면, 이제 아래로 가라앉지도 않고 위로 떠오르지도 않는 중성부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됩니다. 중성부력은 공기주머니가 달린 비씨 자켓과 호흡조절을 통해 얻게 되는데, 많은 경험과 연습이 필요한 것이지요.

저에게는 잠수가 영혼을 단련하는 또 하나의 공부입니다. 출렁거리는 수면에서 두려움을 달래고 입수합니다. 이제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갑니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고 하는 과정에서, 내 자신의 호흡을 선명하게 느낍니다. 수면으로 올라가는 내 숨의 거품 방울들을 두 눈으로 확인합니다. 이윽고 물속에서 떠오르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무중력 상태가 됩니다. 어느새 육지에 사는 나약한 나의 실체, 의식 깊은 곳의 나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의 눈이 열립니다. 비로소 모든 것들이 뚜렷이 보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 머리 위에 출렁이는 물결, 나를 구경하는 물고기들, 아름답고 신비로운 산호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가라앉은 배들의 애잔한 모습. 아! 들립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 고래들의 노래 소리, 물고기들이 서로 속삭이는 소리, 산호가 흔들리는 소리. 마침내 나의 심연에 도착하였습니다. 나의 시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잠수와 잠수의학은 마취 및 중환자의학과도 매우 밀접합니다. 호흡 및 심장 생리가 잠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만큼 선생님들에게는 잠수 이론을 이해하기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감히 추천합니다. 한 번 배워보시길.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바다
그 깊은 곳에서
부력과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
가라앉지도 않고
떠오르지도 않는
완벽한 자유를 얻는다
비로소 하나의 생명으로서
바다와 하나가 된다

세상
이 넓은 곳에서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
조급하지도 않고
쓰러지지도 않는
참다운 평화를 얻는다
비로소 하나의 삶으로서
세상과 하나가 된다

그리하고
그리하다 보면

언젠가
이 광대한 우주 속에
고요히 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