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윤리사례

중환자실 면회 정책을 되돌아보자

  • 작성자

    윤리법제위원회
  • Issue 39

    2023-06
  • 소속

    대한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위원회

서 론

정부는 지난 5월 11일 국내 COVID19 확진자 발생 3년 4개월 만에 COVID19 종식과 사실상의 엔데믹을 선언하였다. 여전히 COVID19 환자와 중증환자는 입원하고 있지만 현장의 중환자실 의료진에게 미치는 부담이 크게 줄었다. 1인실 병실 비율이 낮고 간호사 수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국내 중환자실 환경과 인력 측면을 고려할 때 간호사 1명의 COVID19 감염과 병가는 다른 의료진의 업무량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중환자실 면담과 보호자 방문을 제한하는 것이 앞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을지 재고할 때이다. COVID19 판데믹 중에도 중환자실 보호자 방문 제한으로 인한 문제는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윤리법제위원회에서는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관련 논문 하나를 번역하여 회원들과 공유해 보고자 한다.

본 론
(원본; Laura Dragoi et al. Intensive Care Med 2022;48:1790-1792)

병원과 가족/보호자 간의 관계는 지난 200년 동안 발전하였다. 19세기 병원들은 적극적이고 원만한 보호자들의 방문을 받아들였는데, 이들이 환자의 식사나 일반적 돌봄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병원은 보다 엄격한 조직 구조로 변화하여 병원의 면회 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하였다. 이유는 면회객들이 치료를 방해하거나 술과 담배를 들여오거나 감염을 전파할 수 있다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초기 중환자실은 보호자들이 치료와 돌봄에 방해가 되고 환자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로 엄격한 방문정책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결정은 근거에 기반하기 보다는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환자/가족 중심 돌봄으로의 문화적 변화를 위해 중환자실 가족 방문의 이점을 평가하는 연구 의제가 촉진되었다. 가족/돌봄제공자(caregivers)란 환자 돌봄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단순한 '사회적 방문객'은 아니다. 제한적(restricted) 면회는 면회 시각, 시간 또는 방문객 수의 제한을 의미한다. 유연한(flexible) 면회는 몇 가지 제한 사항을 준수하지만 필요와 선택에 따라, 환자와 병원의 특정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개방형(open) 면회는 일반적으로 언제든지 허용되고 시간에 제한이 없다.

유연한 중환자실 방문 시간은 (환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며 환자의 평안함(웰빙)을 개선한다. 병상에 가족이 있는 경우 섬망 증상이 완화된다는 관찰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무작위 대조군에서는 재현되지는 않았다. 가족을 환자 돌봄에 참여시키면 의사소통이 개선되고 의료진과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 유연한 면회(flexible visitation)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증가하지만 가족/돌봄제공자의 불안과 우울 증상을 줄여주고, 전체적으로 의료진에게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근거를 고려할 때 전 세계 중환자실은 점진적으로 면회 정책을 변경하여 지난 20년 동안 중환자실 가족 면회를 증진하고 있다.

개방형 방문 정책의 이점에 대한 가장 확실한 근거는 아마도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COVIDS=19)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방문객 제한을 한 것에서 얻어졌다. 방문객, 환자 및 의료진 사이에 COVID19 감염 전파의 불확실한 위험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면회를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하였다. 환자 개인의 안녕과 SARS-CoV2의 추가 전파를 방지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충돌하게 되었다. 게다가 팬데믹 초기 개인 보호 장비(PPE)의 가용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병원 방문자 수 제한은 정당화 되었다. 이익은 최대화하고 해악(위험)은 최소화하자는 윤리 원칙에 따라, 예방 가능한 COVID19의 전파를 제한하기 위해 면회는 제한되었다.

팬데믹이 진행하면서 의학 정보가 빠르게 축적되었고, 백신이 출시되었으며 COVID-19의 지역사회 유병률이 감소하였다. 가족/돌봄제공자의 방문이 COVID19의 추가 전파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근거가 제기되었다(Russel B. JAMA Network Open 2022).

대부분의 병원은 필수 돌봄제공자와 일반 방문객을 구분하지 않았으며, 필수 돌봄제공자의 중요한 정서적 영향과 옹호 역할을 인식하지 못했고 면회와 관련된 실제 위험을 뒷받침하는 증거 부족을 알지 못했다.

면회 제한은 COVID19 입원과 비코로나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모두의 건강, 그리고 가족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쳤고 광범위한 의료 기관에 걸쳐 전반적인 돌봄 제공에도 영향을 미쳤다.

초기 연구는 면회 제한이 정신 건강 결과 삶의 질, 웰빙 및 환자, 가족, 의료진 관리에 미친 영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족으로부터의 격리는 특히 생애말기돌봄과 완화돌봄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한다. 미묘하고 복잡한 치료 목표(goal of care)에 관한 대화는 돌봄제공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가족들이 “도둑맞은 순간”이라고 표현한 작별 인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은 가족들에게 복합 비애(complicated grief)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원이 여전히 매우 신중하고 방문제한정책을 폐기하여가족/돌봄제공자를 다시 통합하는 것을 연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완전한 방문 제한 정책을 지지하는 시나리오는 없다. 환자와 가족 중심 돌봄에 초점을 유지하는 것이 면회 정책 변화를 이끄는 모든 프레임워크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방문 시간 제한을 존치하는 것은 검토되어야 하고 모든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신중하게 숙고되어야 한다; 정책 입안자, 병원 경영진, 환자 단체와 지역사회 대표. 가족/돌봄제공자와 방문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도입되어야 한다. 면회 시각을 제한하는 근거가 투명하고 공개적인 형태로 소통되어야 한다. 제한은 비례적이어야 하며, 시간과 대상의 제한은 반응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명확하게 설명된 이의 제기 절차가 대중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려 사항을 통합한 모범적인 프레임워크를 캐나다 의료 개선 재단(the Canadian Foundation for Healthcare Improvement)에서 발표하였고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환자 및 가족 돌봄의 기초를 마련; 환자, 가족, 돌봄제공자와 협력하여 가족 방문 가족 입회 관련 정책을 재검토; 핵심 가족 돌봄제공자와 방문객을 구별; 가족의 부재 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 대한 고려와 포괄적이며 균형 잡힌 위험 평가; 신속한 이의 제기 절차 수립과 중환자실의 가족 방문 효과와 관련된 근거를 향상시키겠다는 책임.

COVID19 팬데믹은 면회 제한이 환자와 가족, 의료인의 심리적 건강에 미칠 수 있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부각했다. 면회 제한의 필요는 비례적이어야 하며 정책은 환자와 가족에게 가해지는 해악과 균형을 이뤄 공중 보건의 요구에 따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와 가족의 통찰력을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 중심 돌봄의 기본 원칙에 기반한 프레임워크를 준수하는 것이 면회 정책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는데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


Figure. The physical presence of families into the ICU brings signifcant advantages for critically ill patients, for their families, and for the healthcare team. 출처; Mistraletti et al. Crit Care (2021) 25:191



 

결 론

현재 시점에서 중환자실 가족 면담과 방문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의료진의 개인보호장구 부족도, 환자나 보호자를 통한 COVID19 감염의 확산도 아니다. 보호자 방문을 제한함으로써 생긴 의료진의 부담감 감소라는 국내 의료기관의 문화와 조직구성이라는 이유일 뿐이다. 중환자실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비공식적인 조사에서 44명의 응답자 중 19곳의 중환자실(43%)이 여전히 전면 불허 또는 방문 요일 제한을 유지하고 있었다. 환자 중심, 가족 중심의 중환자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중환자의학의 글로벌 스탠다드 목표 중의 하나이다. 이제 용기를 내어 정상으로 되돌아가자.

참고문헌

1. Laura Dragoi et al. Visitation policies in the ICU and the importance of family presence at the bedside. Intensive Care Med 2022;48:1790-1792.

2. Giovanni Mistraletti et al. Why and how to open intensive care units to family visits during the pandemic, Crit Care 2021;2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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