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으로 2

바닷속으로 2

  • 작성자

    장현석
  • Issue 40

    2023-09
  • 소속

    전남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스쿠버 다이빙

 

저번 기고문 ‘바닷속으로’ 의 잠수의학에 조예가 깊으신 김기준 교수님의 글에 이어, 저는 아직 걸음마 수준의 light-user이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취미로서 스쿠버다이빙을 소개하고 그 즐거움을 알리기 위하여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우주에 관심이 항상 많았습니다우주여행을 해보고 싶었고, 무중력을 경험해보고 싶었으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관찰하고 고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이러한 제 성향은 결국 과학도로의 길을 걸어가도록 이끌어주었지만, 연구와 임상의 로서의 생활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으로의 입문 계기는 사실 스노클링(snorkeling) 이었습니다. 스노클링을 통해 물고기를 관찰하기만해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게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상태로 며칠에 걸쳐 한참 여유로움에 빠져 있을 때쯤, 친구들이 스노클링보다 더 멋진 경험을 해보지 않겠냐며 스쿠버다이빙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은 가벼운 마음으로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체험다이빙으로도 경험이 가능합니다만,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스쿠버다이빙을 위한 자격증을 따는 것이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자 이제 바닷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바닷속에 들어가는 순간, 물은 온전히 우리 몸을 감싸 안아주듯이 포옹해주고, 잔잔한 고요함 속에서 온전히 우리 몸 전체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온전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우리의 몸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실제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우리는 몸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하고 고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현대사회에서 혹사 당하는 우리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바다와 나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요한 바닷속에서는 내 몸의 소리와 우리 몸 전체를 감싸 안아주는 거대한 바다의 흐름만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명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명상에 영 소질이 없습니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어지러운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아무리 눈을 감고 편안한 음악을 틀어 놓거나 소음을 막기 위해 귀마개를 해 봐도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수많은 잡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항상 지나간 선택에 대한 고민과 후회가 머리를 매일같이 스쳐 지나가며 두통을 일으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약과 커피를 달고 생활을 하게 되었고, 밤에 눈을 감더라도 잠들기 전까지 잠시라도 생각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닷속에서는 우리 몸의 호흡, 출렁이는 물결의 잔잔한 느낌, 내가 뿜는 숨에서 나오는 방울 소리 만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깊은 바다 속에서 우리는 세상의 모든 걱정과 스트레스를 씻어 내주는 듯한 바다의 포옹을 받으며 무중력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저는 정말 놀랍게도 이 과정 속에서 생각이 온전히 비워지고 경이로운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바다생명체들 사이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이 없는 상태, 무심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저는 이러한 경험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주변 환경을 둘러봅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수 년간 조성된 자연의 정원인 산호 속에서 각자의 형형색색 빛깔을 자랑하는 물고기들, 햇빛이 들어오며 비추는 보석 같은 빛의 일렁임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바닷속의 생물들과 환경들은 우리 인간의 존재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철저한 이방인이자 관찰자로서, 이러한 장관 속에서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빛의 교향곡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현실과 꿈의 경계마저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자연의 관찰 과정과 바닷속의 풍경이 눈에 익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난파선 등을 탐험하는 스쿠버다이빙으로 눈을 돌리시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 됩니다. 드넓은 바다의 심연 속에 숨겨진 난파선은 과거의 잊혀진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난파선은 자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 산호와 해양 생물들이 선체를 둘러싸고, 문명의 산물에 바다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듯한 모습은 이를 보는이에게 숨막히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이에 더해 어두운 난파선 안을 손전등의 빛에 의존하여 탐색하는 것은 당신에게 탐험가가 되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난파선 안에는 상어부터 거북이, 또는 작은 물고기까지 구석구석 저마다의 공간에서 각각의 신비한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위대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이며, 깊은 바다와 출렁이는 조류에 압도당하는 순간도 오기 마련입니다. 편안한 스쿠버다이빙 체험을 위해서는 쓸데없는 움직임을 줄이고 호흡을 이용하여 떠있는 것이 익숙해져야 공기 낭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긴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과정 자체가 명상의 과정과 일맥 상통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베테랑 다이버라 하더라도, 안내없이 새로운 지역을 무리하게 탐험하는 것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경험 속에서는 바다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우리 자신을 다잡고 겸손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스쿠버 다이빙은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의 시작임의 동시에, 온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명상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자, 여러분도 자기자신을 돌아보며 작은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이 경이로운 지구 속 작은 우주여행의 탐험가들이 더 많아지길 기원해 보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