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기

교류 대사 일 년의 단상

  • 작성자

    김수진
  • Issue 38

    2023-03
  • 소속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귀국 후 6개월이 지났고, 이젠 다녀왔는지 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년의 생활을 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으나, 펜 가는 대로 자유롭게 써보려 한다.

누구나 그렇듯 쉴 틈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며 연수에 대해 고려할 여력도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원해 고민 중, KU-UCI (Korea University-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의과대학 교환교수 프로그램에 지원하였고 3기 교류 대사 (faculty ambassador)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2020년 2월, 29번째 COVID 환자 내원으로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및 행정지원 인력이 50여명이 격리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고 전세계 판데믹 상황으로 연수 일정은 연기되었고, 1년 뒤에야 대학의 지원으로 연수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국내는 사회적 거리 두기, 격리 등의 지침이 유지되고, 응급의료진을 포함한 중환자, 감염관리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동료 의료진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차일 피일 늦어진 연수 일정을 더 늦출 수는 없었다.




 

사진1. UCI simulation center (1~3)

 

임상교수 시절 ‘Vision 2020’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지원, 선정되어 1년간 피츠버그대학 펠로우 생활을 하면서, 유틸리티 신청을 위해, 서류 공증받아가면서 발로 뛰면서 쌓아놓은 경험을 믿기도 했고, 바빠서 준비할 여력도 없었기에 캐리어 가방과 표만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 20년만의 강추위가 닥쳤던 시절 피츠버그에서 우울한 겨울을 보낸 터라, 햇살 좋은 어바인으로 출발하며 짐도 마음도 가벼웠고, 캘리포니아주는 적응하기에 평이하고 수월했다. 다만, 판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신차 및 중고차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MORENO VALLEY, LONG BEACH까지 AUTO-CENTER 딜러들과 밀당하며, 한 달간 렌터카를 이용해야 했던 점은 예상치 못한 난제였다.

한 달간의 ‘자동차 구하기’ 전쟁을 마치고, 대학간 네트워킹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활동과 의료데이터 웨어하우스 구축 및 활용, 다학제 의료 경영학, 시뮬레이션 바탕 교육 (Simulation-based Training, SBT) 및 시스템 질 관리, 의과대학생 초음파 교육 과정 구축 등에 주된 관심을 두었다. 참고로 UCI 응급의학과 교수이자 과장인 John Christian Fox 교수는 2021년 미국 응급의학회에서 교육공로상을 받았고, UCI 의과대학 초음파 교육과정 총책임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십 여년 간 의과대학생 초음파 교육과정 개발, 버터플라이(휴대용) 초음파 영상 피드백 플랫폼을 구축한 응급중환자 초음파 교육의 개척자 중 한명이다. Shahram Lotfipour 교수는 지역사회 예방 관련 주 연구를 시행하고 WestJEM 주편집자이자 편집국을 이끌고 있으며, Fox 교수와 함께 무탈히 응급의학과 교환교수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다. 2009년부터 의료시뮬레이션 바탕 교육 관련 국내외 활동을 해오고 많은 센터를 다녀봤지만, 학생부터 졸업 후 초음파 교육, 초음파 펠로우과정 및 응급초음파 세부 전문의 과정 구축까지 초음파교육에 특화된 열정적인 팀과 교육시스템은 UCI 시뮬레이션 센터의 특색이었다. 졸업 후 교육, 전공의 교육 특히 평가의 내용과 구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자면 길고도 많지만, 이 부분은 다른 기회로 미뤄본다.


 

사진2. Fox 교수 저서1, 2

 

캘리포니아는 실내마스크 권고, 대학 및 병원 내 마스크 착용 정도로 완화된 방역 수준이었지만,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에 이미 적응된 사람들과 대면 회의나 네트워킹 활성화를 진행하기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했다. 게다가 2022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비대면으로 인한 교류 긴축 시기가 다시 시작되고, 수차례 총장단 방문과 미팅의 취소, 공동 심포지엄 및 타대학 교류건이 지연되자, 답답 지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대면 미팅의 활성화로 저녁마다 한국과 연구 미팅을 진행하다보니 신체적 활동성을 높일 돌파구가 필요했고, 교우회 산악모임에서 트레킹을 따라다니다가 “7인의 유타 탐방 트레킹’의 황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 5일간 72-86학번의 영문과, 지질학과 등 여러 학부의 졸업선배들과 Arches, canyonlands, Wild horse canyon, Zion, goblin valley 공원 중 난이도가 있는 트레일 코스를 종일 걸었다. 이후로 시간 여유가 있으면, 숙박 예약없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혼자 트레킹 코스들을 찾아다녔다. 장시간 운전도 힘들고, 예상치 않은 오프로드를 지나야 하거나, 도로에서 튄 돌에 맞아 차량 유리가 깨지기도 하고, 그리즐리베어나 방울뱀 등과 맞닥뜨리거나, 고산병으로 하산 못할 뻔한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자연을 접하고 한걸음 한걸음 두개의 트레킹폴과 두다리가 리듬을 맞추어 끊임없이 걸어갈 때면 그 간의 수많은 감정과 삶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이 너무도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COVID로 대면 모임이 풀리기 시작한 후로 산악 모임을 접하게 되어서, 시간적인 제약과 산불 등으로 인해 backpacking팀과 요세미티의 Half dome 트레킹, 미국 본토 최고봉인 Mt. Whitney 정상,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그랜드캐년의 bright angel trail 등을 못한 건 아쉽기만 하다.

 


 

사진3. Arches 국립공원, Double O arch, 선배들과 함께



사진4. sky pond, 록키마운틴 국립공원

 

COVID 판데믹으로 인명 피해와 타격이 컸던 지역이 캘리포니아, 특히 로스엔젤레스 근방으로 UCI 대학에서 국내 응급의료 및 병원 시스템 관리, 보험 제도 등에 관심을 보였었고, 필자도 의료시스템 연구를 작게 진행하고 있었던 차에, 본의아니게 미국 응급의료시스템을 환자로서 체험해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귀국 5일전 서부 해안의 줄기 5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UCI 응급의료센터에 진료를 받게 되는 이벤트를 겪게 되었고, 아직도 보험 및 사고 처리는 진행 중이다. 미국 의료보험제도는 복잡하고 의료기관이나 일일 치료센터, 의원 등 지원되는 형태가 다양하며, 의료진도, 환자나 가족들도 진료의 어느 부분까지 어떤 항목이 보험으로 지원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협진 항목하나만으로 의료비 폭탄을 맞게 되니,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되어있는 중산층도 응급, 급성 질환이라도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응급의료센터 과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환자는 경제 수준이 낮은 무보험 경증 환자로 주의 지원을 받거나, 의료비를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복잡한 보험체계로 인해, 의료비 관련 변호사, 의무기록, 보험사에서 건강관리 및 보험료 지원 병원과의 연계 시스템, 병원의 운영 등 다양한 직업군 및 직역, 운영 형태가 파생되고 유지된다.

1년간 주로 기억에 남았던 이벤트 중심으로 간단히 연수 생활의 정리(?)를 해 보았고, 동부와 서부, 주에 따라 의료시스템이나, 의학교육 등에는 차이가 있고, 강점이 있는 부분도 다르다. 교류 대사로서의 활동 내용은 대학간 내용이라 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생각되어, 이런 저런 가벼운 주제로 처음 연수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소소한 도움이 될까 적어보았다.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햇빛과 열정을 그리워하며…

 
 

사진5. UCI hospital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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