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윤리사례

[윤리법제위원회] 장기 이식과 관련한 의료 이슈

  • 작성자

    김태화
  • Issue 38

    2023-03
  • 소속

    양산부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장기 이식과 관련한 의료 이슈

1. 장기 이식과 관련한 윤리적 이슈

장기이식과 관련하여 행위를 정당화하는 원칙으로는 자율성 존중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그리고 정의의 원칙 등이 있다. 장기분배는 공정하고 투명한 원칙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장기 이식에 대한 인식은 오랜 시간을 거쳐 변하고 있고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장기 이식 관련 지식 및 정보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장기 이식은 의학적 문제 뿐만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 신념 및 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개개인마다 매우 다양하게 인식되는 이슈입니다.
장기 이식은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장기를 대가 없이 수혜 받게 되므로 이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언제나 명확하고 분명히 다루어져야 할 부분입니다.

장기이식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크게 장기 기증자 관련 윤리적 쟁점과 장기 분배 관련 윤리적 쟁점으로 나누어 집니다. 먼저, 장기 기증자 관련 윤리적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장기 기증자의 자율성 보장문제
→ 기증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미성년자의 장기 기증을 제한

2. 죽음의 판정 기준과 관련된 문제
→ 죽음을 신중하게 판정하는 긍정적인 점이 있으나, 장기 이식에 필요한 장기를 획득하는데 불편을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함

3. 장기 기증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문제
→ 장기 기증은 자신의 귀한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므로 장기 기증자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

둘째, 장기분배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정성의 원칙
→ 기회의 균등 보장

2. 효율성의 원칙
→ 의학적 필요의 절박성, 이식 성공 가능성, 이식 이후의 삶에 대한 사회 및 경제적 유용성 고려

장기 이식에 있어서 일반적인 윤리적 원칙 (General ethical principles in organ donation)은 유용성(Utility), 정의(Justice) 및 효율성(Efficiency)이며,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Utility. 유용성은 환자 생존, 이식 후 생존, 삶의 질(QoL), 대체 치료법의 가용성 및 연령을 고려하여 예상되는 전체 장점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Justice. 정의는 공평한 접근과 기증된 장기의 공정한 할당에 대한 약속입니다.
Efficiency. 효율성은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낭비를 피하려는 도덕적 약속입니다

이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장기 배분이 공정성과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 져야 합니다. 매우 간단해 보이고 당연한 원칙 같지만 이것을 일선에서 판단하는 의료진은 종종 결정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것의 근본 원인은 의료의 불확실성이며, 의사도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경우에 장기 이식은 법적으로 적절할 수 있지만, 윤리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윤리적으로는 적절한 이식의 경우라도, 법적으로는 적절성을 부여받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자율성의 원칙과 선행의 원칙이 서로 상충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더 우선시되는 원칙을 윤리적으로 정의롭게 판단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것은 환자의 자율성을 반영한 최선의 이익 (best interest)인가의 문제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이익(benefit)과 위험 부담(risk)을 객관적이고 윤리적으로 판단하여 이식 유무를 결정하였으나, 그 결정에는 환자의 자율성이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 장기별 이식 관련 차이점

 

의료 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부위의 장기 이식이 가능해졌습니다. 장기별로 이식의 적응증과 이식 방법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으나, 여기서는 윤리적 논점과 관련된 부분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장기 이식은 자가이식(autograft), 동계 이식(syngraft), 동종 이식 (allograft), 이종 이식(xenograft)이 있고, 고형 장기 이식은 동계 이식과 동종 이식에 속합니다. 신장, 간장, 췌장, 췌도, 소장, 심장, 폐, 조혈모세포 등이 이용되는 장기이며 골, 인대, 피부, 혈관 등의 조직들도 가공 후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공여자의 장기를 언제 추출 하느냐에 따라 공여자가 살아 있을 때 기증이 가능한 장기와 뇌사 상태에서 기증이 가능한 장기로 구분됩니다.

1. 살아 있을 때에 기증이 가능한 장기
· 신장: 정상 신장 2개 중 1개
· 간: 기증자의 의학적 허용이 가능한 범위 내
· 조혈모세포: 기증자의 의학적 허용이 가능한 범위 내

2. 뇌사 상태에서 기증이 가능한 장기
· 신장, 간장, 췌장, 심장, 소장, 폐, 각막

3. 사후 기증이 가능한 장기
· 각막, 인체조직

심장, 폐장의 경우는 장기 이식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중한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그런 환자의 경우는 대부분 최신 의학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과 약들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매일 중환자를 대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이 정도의 환자 상태이면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환자의 상태를 보면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제한된 의료 자원의 정당한 배분의 명목을 내세워 이만하면 됐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살리고자 하는 것이 장기 이식의 목적 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내과적 치료가 없는 사람들이기에 장기 이식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3. 실례를 통한 윤리적 이슈 – (폐장)

 

67세 A씨는 평소 특이 병력 없던 분으로 몇 일 전 시작된 숨찬 증상 (dyspnea)를 주소로 병원에 내원하였다. 폐렴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급성 악화 경과를 보였으며 중환자실 입원 이후 각종 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상태였다. 인공호흡기 및 ECMO를 적용하였으며 수주의 치료에도 환자의 상태는 호전이 없었다. 환자의 최종 진단은 AIP, POST-ARDS lung fibrosis 였으나 결국 환자 가족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치료도 다 받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했으며 최종적으로 폐이식을 원하였다.

환자의 의학적 상태는 다음과 같다.

- 67세, 여자, 60kg, mechanical ventilator와 ECMO 수주간 적용한 상태, mental status: sedation(ultiva 0.1r 적용 중) drowsy, 사지 근력 평가 (Motor Power Grade): 상지 2, 하지 1, TTE: no RWMA, small sized with normal LV systolic function(EF 67%), normal range of RVSP, Abd. sono: GB sludge, small ascites
- 사회적 지지 (남편 딸1, 딸2) "강력히 이식을 원함", "어떠한 결과도 감수하겠다"

Lung Transplantation indication 폐이식의 적응증
Clinically and physiologically advanced lung disease
High risk (>50 percent) of death from lung disease without transplantation
High likelihood (>80 percent) of surviving at least five years after lung transplantation
Life expectancy with Lung Transplantation > Life expectancy without Lung Transplantation

의료 자원의 한계성과 한정된 장기로 인해 장기분배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집니다. 장기 이식에 있어서 어떤 기준에 따라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노력해 왔습니다. 긴박성(urgency), 대기 기간 (waiting time), 면역 조건(Blood type, HLA, PRA) 연령 (age), 성별 (sex), 가족지지 (family support), 거주지 등과 같은 요인들이 고려됩니다. 동일한 성공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이식 성공 후에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이 누구를 살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가치판단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이식을 담당하는 의료인들은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되, 그 과정 또한 윤리적 정당성을 가져야 합니다.

-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다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수혜자를 선택하는 것이 언제나 윤리적으로 옳은 판단인가?
- 동일한 조건과 동일한 성공 가능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식 이후 어떤 환자가 더 오래 생존하게 될지를 미리 결정할 수 있는가?
- 이식의 최상의 결과는 무엇인가? 장기 이식 이후 더 오래 생존하면 최상의 결과인가?
그렇다면 생존 기간의 연장이 높은 삶의 질을 반영하는가?

또 다른 점은 기회균등의 원칙과 관련된 이슈입니다.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젊은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고령의 환자에게 똑같이 장기이식을 시행하는 것은 정의로운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또한, 반대로 기대되는 여명을 결정 기준으로 삼아, 고령의 환자들은 언제나 젊은 환자에 비해 이식의 기회 받지 못하는 것이 정의로운 결정인가 하는 것입니다. 사례의 환자는 67세입니다. 생존기간을 고려하여 이식을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인가에 대해 윤리적이고 정의롭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목표는 평균수명을 무의미하게 연장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평균수명의 기간 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기능적으로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수혜자의 연령이 장기 분배에 유일하고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서 설명한 수혜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요인들 외에도 환자의 회복에는 객관적으로 판단되지 않는 요인들, 즉 환자의 실제적 건강상태, 규칙성, 생의 의지, 그리고 그를 후원할 수 있는 가족과의 결합등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식 성공의 가능성이 큰 것과 최상의 결과는 항상 같은 결과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4. 장기 이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존재입니다. 이식과 관련된 사람들은 기증자, 수혜자, 그리고 의료진입니다. 이들은 모두 인간이며, 인간은 규범, 문화 및 종교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기 이식이 실현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개인의 삶의 배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규범, 문화 및 종교가 장기이식을 어떻게 판단하고 이해하고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장기이식은 기증자 및 수혜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어야 하며, 그 기반 윤리는 자기결정권의 원칙입니다. 자기결정의 원칙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에 기초를 두고있습니다. 개인의 자율은 존중되어야 하며, 윤리적 의무를 자기 자신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으로서 자기결정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중환자 및 이식에 관여하는 의사 대부분이 갖고 있는 의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끝까지 환자를 살려보겠다'는 의지이지만 '과연 환자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가' 라는 환자의 선호에 대한 고민이 항상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수혜자와 가족, 의료진은 달성 가능한 치료 목표를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 함께하는 의사 결정(shared decision making. SDM)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장기 이식 관련 제도는 분명하고 안정된 제도여야 하며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투명한 규정에 따라 시행되어야 합니다. 제도가 올바르게 확립되어야 장기 이식의 정당성과 공평성을 올바르게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이식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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