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팀닥터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팀닥터입니다.

  • 작성자

    장기모
  • Issue 38

    2023-12
  • 소속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형외과학교실 /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회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팀닥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기모입니다. 정형외과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주로 무릎관절 분야와 스포츠의학을 주전공으로 진료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의사선생님들 중에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PC게임 보다는 야구,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의과대학에 입학해서도 농구(Saturn), 댄스(갈채) 등의 동아리 활동으로 여가 시간의 상당 부분을 보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정형외과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인은 스포츠의학과 가장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고, 수련 과정 중 스포츠 손상을 많이 다루는 무릎관절 분야를 주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저에겐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국가대표 팀닥터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팀닥터가 되는지 그리고 팀닥터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실 듯합니다. 저 역시 대학시절부터 막연히 상상만 해왔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몸소 경험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운동 종목 중에 국가대표팀의 팀닥터 체계가 제대로 갖춰진 종목은 드뭅니다. 축구의 경우 국민들의 관심이 많고 다른 종목 보다 국가 대항전이 많고 경기 중 부상의 발생이 많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종목이며,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한축구협회 안에 의무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팀닥터 체계가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FIFA내의 medial committee에서 정확한 가이드 라인과 교육을 제시하면서 팀닥터와 의무팀의 업무와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서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운영과 관리를 크게 연령과 성별로 남녀 각각 유소년, 17세 이하, 20세 이하, 23세 이하(올림픽 대표팀), 성인(월드컵 대표팀 또는 A 대표팀) 팀으로 나누어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팀에 팀닥터가 배정이 되어 책임을 지고 관리를 하고 있고, 이러한 팀닥터의 선임과 배정은 협회 내의 의무위원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을 하게 됩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회는 약 30여 명의 다양한 의료 및 행정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도 2019년 2월 의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이 되어 처음에는 17세 이하 대표팀을 맡아서 경험을 쌓고 한 단계씩 높은 연령대를 맡아 경험을 쌓아 현재 월드컵 대표팀 팀닥터를 맡고 있습니다.

월드컵 대표팀의 경우 팀의 특성상 다른 연령대에 비해 팀닥터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 연령대의 경우 보통 큰 대회가 있을 때 협회의 요청에 따라서 팀닥터가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월드컵 대표팀의 경우 평상시에도 80여 명에 달하는 대표팀 예비 명단 선수들의 전반적인 컨디션과 부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체크를 해야 하며, A매치 평가전을 포함한 모든 소집 기간 동안 선수단과 함께 생활하며 하나의 팀으로 활동을 합니다. 일반적인 소집 기간이 10일 내외 정도이지만, 아시안컵이나 월드컵 같은 FIFA 주관의 큰 대회의 경우 대회 시작 전부터 소집이 되어 성적에 따라서 짧게는 3-4주에서 길게는 5-6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 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들.

 

월드컵 대표팀 팀닥터의 업무는 크게 소집 기간 내 업무와 소집 기간 외 업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집 기간 내에는 아침부터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하루가 바쁘게 지나갑니다. 각 소집 때마다 최종 선발된 25명 내외 대표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부상 선수 치료, 필요 시 외부 병원 섭외 및 외진, 선수단 상태 관련 코칭 스태프와의 회의, 의무팀 회의. 훈련 참가, 경기 참가, 선수 부상 관련 각종 보고서 작성, 참가 대회 관련 행정 업무 등이 소집 기간 내의 주 업무가 됩니다. 이런 다양한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부상 선수 발생 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코칭 스태프에게 정확한 의학적 소견을 전달하여 팀 전력의 누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해외 원정의 경우에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병원 섭외 및 진료가 국내 소집만큼 여의치가 않아서 원정 출발 전에 미리 이러한 부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2021년 코로나 감염이 창궐하던 기간에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일정이 모두 중동 지역이었고, 그 중에서 이란이나 레바논 같은 국가의 경우 제반 사정상 사전 준비와 선수단의 건강 및 방역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FIFA 주관 축구 경기의 경우 팀닥터가 반드시 벤치에 동행하여 부상 시 바로 경기장에서 부상을 체크하고 적절한 응급 처치를 해야 하기에 빠른 의학적 판단이 필요함.





- COVID-19 관련 직접 방호복을 입고 선수단 방역을 하던 모습과 터키 원정 중 터키 당국에서 파견을 나온 보건 업무팀과의 회의 모습.

 

현재 월드컵 대표팀은 국내외 다양한 리그에서 활약하고 약 80여명의 선수들을 예비 후보로 선정해서 집중 모니터링하며 각 소집 때마다 포지션별로 최고의 기량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들을 최종 엔트리에 선발하기 때문에 팀닥터는 소집 외 기간 동안에 예비 명단 선수들의 클럽 리그 경기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면서 부상 발생 및 컨디션 변화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하고, 각 소속 클럽 의무팀과 꾸준히 선수 상태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상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진행하여 다음 소집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유럽이나 일본, 중동, 미국 등의 클럽 의무팀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진국 축구 클럽의 의무팀 상황이나 선수 관리 방법, 부상 선수에 대한 중/장기적인 재활 과정 등에 대해 보고 듣고 논의하며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현재 운동 선수나 스포츠 손상을 당한 일반 환자분들을 치료하고 관련 연구를 하는데도 많은 영감을 받고 있고, 앞으로 우리나라 팀닥터나 의무팀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팀닥터는 선수들의 부상 관리뿐 아니라 의무참모로서 코칭 스태프와의 친밀한 교감과 정확한 의학적 소견 전달이 중요함.

 

 

팀닥터로 활동을 하면서 중요하게 느낀 부분 중에 하나는 선수단 지원 스태프와의 관계입니다. 팀닥터는 팀 내에서 특별하고 전문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30-40명의 다양한 분야의 선수단 지원 스태프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팀이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및 지원 스태프와 하나의 팀을 이루어 나가는 것은 팀닥터의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이러한 부분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함께 동고동락하는 과정 중에 서로 간의 신뢰가 쌓여가며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생각됩니다.

 

 


- 소집 기간 중 일과가 끝나고 선수들과 어울려 카드 게임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고 고민 상담도 했던 순간들.

 

 

최근에는 팀과 선수 관리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의 필요에 따라 의무팀과 팀닥터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등의 축구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팀닥터 및 의무팀의 시스템은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이며, 팀닥터 개개인의 봉사와 희생이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국내의 의료 환경 사정 상, 프로구단이나 국가대표팀에 소속되어 전담으로 그 팀 하나만을 맡아서 근무하는 전임 팀닥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대부분의 국내 팀닥터 선생님들께서는 본인의 주 근무 병원이나 대학 등에서 근무를 하시면서 필요한 때 의료 자문을 하시거나 경기에 참가하는 일종의 봉사 형식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선진 축구 리그에서는 팀마다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3-4명의 전임 팀닥터를 보유하고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상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의무팀 체계를 통해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 관리 및 경기력 향상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현재와 같이 팀닥터의 희생, 봉사, 열정에 의존하기보다는 구단과 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전문화된 팀닥터 양성 및 관리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우리나라 축구 역사 상 가장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자리이지만 이 팀의 팀닥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국가대표 축구팀의 팀닥터로서 선수들의 건강과 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제 역할을 하겠습니다. 우리 선수단을 향한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뜨거운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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