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연수기

인공지능과 중환자 의학: 피츠버그에서의 연수기

  • 작성자

    이종민
  • Issue 38

    2023-12
  • 소속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혹시 IBM의 Watson 이 개발되고, 인공지능 의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당시에는 마치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찬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록 그 사업은 결국 공식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요. 최근 ChatGPT의 공개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가 다시 모든 분야에서 느껴집니다.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로 머신러닝을 이용한 논문들이 수도 없이 발표되고, 몇몇 기술들은 이미 진료 현장에서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환자의학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하루 종일 모니터를 통해 대부분의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 머신러닝을 적용하기에 좋은 분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환자의 복잡한 생리학적 변화,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상태 등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이런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중환자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해외 연수를 갈 수 있는 차례가 되었고, 미국에서 중환자의학 분야의 인공지능을 연구하시는 윤주흥 교수님과 인연이 닿아 2023년 5월부터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피츠버그에 있는 University of Pittsburgh 에서 해외 연수 중입니다.


연수지로 피츠버그가 정해지고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자 반응이 여러가지였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메이저리거였던 강정호 선수가 뛰었던 팀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거나 과거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조금은 낙후된 도시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고, 저 역시 피츠버그에 대해 잘 모른 채 바쁜 일정에 쫓기듯이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피츠버그는 – 아직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 현재까지 저에게는 너무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University of Pittsburgh 와 Carnegie Mellon University 가 위치한 다운타운은 학생들로 굉장히 활기찬 반면, 학구적인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다리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도시 답게,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이 있어 그 주변의 풍경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특히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에 다리를 걸어서 건너면서 보는 도시의 야경은 손꼽히는 풍경 중의 하나입니다.



 

사진 1. 앤디 워홀 다리에서 본 PNC 파크의 모습

 


 

사진 2. Cathedral of learning의 모습. 대성당으로 설계되었던 건물로 지금은 강의실과 도서관으로 사용된다.

 

현재 저는 윤주흥 교수님 아래에서 머신러닝으로 이 곳 UPMC 병원 중환자실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곳의 장점 중 하나는 MIMIC과 비슷하게 중환자실 환자의 Waveform, Lab data 등 중환자실에서 수집할 수 있는 대부분의 데이터들이 Machine Learning of Physiological Variables to Predict Diagnose and Treat Cardiorespiratory Instability (MLADI) 라는 이름의 데이터셋으로 저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의료정보 이용에 엄격한 미국이라 연구를 할 수 있을 지 걱정을 하였지만, 데이터의 익명화가 잘 되어 있어 저도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부러웠던 점은 University of Pittsburgh 안에서, 또는 접하고 있는 Carnegie Mellon University 와의 협업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교수님들과 만나서 의사들은 패혈증의 개념을 설명하고, 공대 교수님들은 인공지능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여 예측하거나 발견하고, 나아가서 치료에까지 관여할 지 토론하는 모습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3. 매주 진행되는 중환자의학과 컨퍼런스

 

최근 중환자의학과 컨퍼런스 시간에 위스콘신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하는 한 호흡기내과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실제로 인공지능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발표를 들으면서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에게는 아직 약 6개월 간의 연수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좀 더 내실있는 연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연수를 올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교수님들과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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