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를 위한 ChatGPT 활용법

교수를 위한 ChatGPT 활용법

  • 작성자

    안상진
  • Issue 38

    2024-03
  • 소속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2022년 말에 ChatGPT가 출시된 이후 LLM (Large Language Model; 대형언어모델; 초거대언어모델)이라는 형태로 비로소 인공지능(AI)이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느낌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 변화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2023년 12월에 의예과 1학년 학생들에게 설문 시행했는데, 평소에 LLM 챗봇을 학습에 활용하냐는 5점 척도 질문에 78%의 학생이 3점 이상의 응답을 했다. 에세이 형식의 과제는 변별력을 잃게 되었고, 대학원생이 작성해오는 논문 초안의 영어 문법은 완전무결에 가까운 경우가 다반사다. AI가 보급되기 이전 시대에 공부한 입장에서 후학들이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을 거치지 않고 얕은 학습을 하게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를 지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바람직한 AI 사용법까지 제시하는 것이 좋은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최대한 많은 곳에 적극적으로 LLM 챗봇을 사용하며 장단점을 직접 느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 글에서는 수업 준비 과정에 LLM 챗봇을 적용했을 때 효율적으로 느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1. 강의 계획서 및 강의 내용 작성

새로운 강의를 맡아 수업을 준비하게 되면,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선임자의 수업 자료이다. 자료를 구할 수 없거나 새로 개설되는 강의의 경우에는 막막할 수 있는데 LLM 챗봇을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I am planning an AI literacy for research course. 5 master course students are going to enroll. Create a 15-week syllabus. Include the following contents, but do not get limited by the provided examples and add other related topics to enrich the course.

- How to do systemic note-taking for research (Zettelkasten method using Obsidian)
- How to use large language model (LLM)-based literature search tools
- How to structure a review paper using LLM chatbots
- How to polish a review paper using LLM chatbots

이와 같은 식으로 강의 주제, 수강생, 포함할 내용을 제공하고 15주 차 강의계획서를 작성해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명령을 LLM에서는 프롬프트(prompt)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LLM 챗봇은 영어 자료로 학습을 가장 많이 했기 때문에 영어로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것이 한국어로 글을 작성했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프롬프트에 대한 챗봇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쳐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 다시 작성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최초의 프롬프트에 수업 관련 정보를 더 추가해서 처음부터 다시 실행하는 방법도 있다. OpenAI ChatGPT, Anthropic Claude, Google Gemini, Microsoft Copilot과 같은 다양한 챗봇이 있으니 한 챗봇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챗봇을 이용해 보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I am preparing a 2 hour pharmacology lecture about hepatic clearance for second year medical school students. Give me a detailed outline.

간단하게 강의 시간, 키워드, 대상 학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수업의 개요를 요청할 수 있다. 이 프롬프트에는 챗봇이 목차를 작성하고 어떤 항목들을 다루면 되는지, 시간 분배는 몇 분씩 하면 되는지 제시해 주게 된다.


2. 어려운 내용 설명

I am preparing a pharmacology lecture about the well stirred model of hepatic clearance to college students. Use a relative concept and a comparative approach to explain the concept. Make a summary table.

새로운 개념을 학생들에게 소개할 때 상대되는 개념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가 있다. 비교한 내용을 표로 그려주는 것까지 한 번에 요청해서 받을 수 있는 유용한 프롬프트이다.


How do proton pump inhibitors work? Give me a step-by-step explanation of how the drug is delivered to the site of action and gets activated. Start from the step taking the drug. Explain with as much detail as possible.

약물이 어떻게 작용을 나타내는지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프롬프트이다. 약을 복용해서, 장에서 흡수되어, 혈류를 타고 이동해서, 위의 벽세포에 들어가, 분비되는 과정에서 산성에 노출되어 활성화되고, 양성자펌프에 결합하는 일련의 과정을 상술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양성자펌프를 억제한다는 추상적 기전 설명보다 과정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것이 학생들이 어떤 현상에 대해 이해를 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I am preparing a pharmacology lecture about antagonists for medical school students. Use an analogy to explain competitive inhibition and noncompetitive inhibition. Provide concrete examples of real-world drugs.

새로운 개념을 설명할 때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드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그 설명을 준비하는 데에도 LLM 챗봇을 이용할 수가 있다.


3. 강의록 보강

The attached file are my lecture slides for a pharmacology lecture about gastrointestinal drugs. How can I improve my lecture?

기존에 해오던 강의도 LLM 챗봇의 도움을 받아 개선할 수가 있다. 상용화된 LLM 챗봇들이 슬라이드의 사진과 도식까지 인식하지 못하다 보니 조언이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일부라도 도움이 될 내용을 얻어내면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참고로 ChatGPT의 경우 무료 이용자는 파일 업로드가 불가능하고, Claude에 파일을 업로드 하거나 Edge 브라우저에서 파일을 연 뒤 우측상단 Copilot 버튼을 클릭해 챗봇을 실행시키면 무료로 파일을 첨부해 점검받을 수 있다.


What are some questions a curious student would ask after this lecture?

아무래도 교수자 입장에서는 강의 내용을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게 되는데, LLM 챗봇을 이용하면 학생 입장에서 어떤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지 관점을 바꿔 강의를 바라보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강의를 들으며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부연 설명을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What are some related "fun facts" I can add to gain the students' attention?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집중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미이다. 수업 내용 관련된 자투리 상식들을 잘 배치하면 학생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아트로핀을 함유한 식물 belladonna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인데, 아트로핀에 의해 동공이 확장된 모습이 아름답다고 여겨져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명을 한 마디 추가하는 것으로 수업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4. 문항 출제

Make 10 yes or no quizzes for this lecture. Explain the answer.

수업을 시작하거나 마칠 때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퀴즈를 LLM 챗봇에게 요청해 작성할 수 있다. 수동적으로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기만 하지 않고 적극적인 인출을 유도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Kahoot나 Mentimeter와 같은 온라인 수업 도구를 적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Generate 5 multiple choice questions related to the attached lecture slides.

Follow the guidelines:
- Place the answer as option (1) and add 5 distractors as options (2) to (6).
- Refrain from making options like all of the above or none of the above.
- Give a short explanation for each question.

5지선다형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정답을 1번 보기로 배치하고, 오답 답가지를 하나 여유 있게 생성하는 프롬프트이다. 첨삭 과정에서 가장 덜 매력적인 오답 답가지 하나를 제외하면 된다. 모두 옳다, 모두 틀리다 같은 보기를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간단한 해설도 생성해 문항의 적절성을 쉽게 검토할 수도 있다.


맺음말

강력한 성능의 인공지능이 보급되면서 앞으로 교육이 크게 변할 것은 명백하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것은 교수에게 묻거나 책을 찾아보기보다 손쉽게 LLM 챗봇에게 질문해 설명을 얻어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업은 구체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한 학문 영역의 얼개를 잡아주고, 호기심을 촉발해 학생들이 궁금증을 좇아 LLM 도구들을 활용해 구체적인 내용들을 파고 들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주가 될 것이다. 단순 강의나 교수에 의존적인 방식의 교육은 점점 줄어들고 스스로 학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의과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근미래에 AI와 융합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미래 환경을 예측하고, 그 환경에 맞춰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AI의 한계점과 가능성에 대해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수부터 새로운 기술을 최대한 포용하고 기민하게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LLM을 업무와 교육에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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